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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Knowledge

오늘의 지식: 던바의 수, 인간관계에도 용량이 있다는 불편한 생각

로빈 던바의 ‘던바의 수’를 통해 인간관계의 인지적 한계, 온라인 네트워크의 착시, 조직과 커뮤니티 설계의 현실적 감각을 읽는다.

Robin I. M. Dun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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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늘 이 주제인가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산다. 연락처에는 수백 명이 있고, 메신저 방은 끝없이 쌓이며,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일상까지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짜로 신경 쓰고, 안부를 묻고, 사정을 기억하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그렇게 빠르게 늘지 않는다. 기술은 연결의 비용을 낮췄지만, 관심과 시간과 감정의 비용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던바의 수’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제안한 이 생각은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에 인지적 한계가 있으며, 그 대표값이 대략 150명 안팎이라는 주장으로 알려져 있다. 숫자 하나가 너무 강렬해서 대중문화에서는 거의 법칙처럼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가설이다.

그럼에도 던바의 수가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는 간단하다. 이 개념은 “나는 왜 이렇게 관계 관리가 피곤할까?”, “왜 큰 조직은 어느 순간부터 얼굴 없는 시스템처럼 느껴질까?”, “온라인 팔로워가 많아도 왜 외로움은 줄지 않을까?” 같은 현대적 질문에 꽤 유용한 언어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150이라는 숫자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무한히 확장 가능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자동화 도구가 커뮤니케이션까지 대신해 주는 시대에는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더 많은 사람을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관계의 핵심이 상대가 누구인지, 서로 어떤 역사와 의무를 공유하는지, 내가 언제 마음을 써야 하는지를 기억하는 일이라면 문제는 단순한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다. 던바의 수는 인간적인 연결의 병목이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 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핵심 배경

던바의 출발점은 영장류 연구였다. 원숭이와 유인원은 무리 안에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산다. 누가 누구와 가까운지, 누가 지위가 높은지, 누구와 협력하면 이득인지, 누구를 피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사회적 계산은 생각보다 고난도 작업이다. 던바는 여러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평균 집단 크기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 살폈고, 그 관계를 인간에게 외삽해 인간 집단의 적정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로 유명해진 숫자가 약 150이다. 이것은 “친구는 150명까지만 사귈 수 있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다. 던바가 말한 관계는 상대의 정체와 관계망 속 위치를 알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가깝다. 이름만 아는 사람, 팔로우만 한 사람, 한 번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은 이 범주와 다르다.

던바의 모델에서 관계는 하나의 동심원처럼 설명되기도 한다. 가장 안쪽에는 대략 5명 정도의 매우 가까운 사람이 있고, 그 바깥에는 15명 안팎의 친한 친구, 50명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관계, 150명 정도의 의미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있다. 더 바깥에는 얼굴을 알아보거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더 넓은 층이 존재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크다. 외향적인 사람은 더 넓고 얕은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고, 내향적인 사람은 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150 안팎의 규모가 여러 역사적·사회적 사례와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일부 전통 공동체, 군대 단위, 마을 규모, 기업 조직, 카드나 인사 교환 네트워크 등에서 비슷한 규모가 관찰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던바의 수는 사회과학 논문 밖으로 나와 경영서, 커뮤니티 설계, 온라인 서비스 기획, 조직문화 담론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150은 자연법칙처럼 딱 떨어지는 상수가 아니다. 2021년 발표된 비판 논문은 기존 방식으로 인간 집단의 단일한 인지 한계를 산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분석 방법과 자료에 따라 추정치가 크게 달라지고, 신뢰구간도 너무 넓어 하나의 마법 같은 숫자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던바의 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관계의 대략적 한계에 대한 유용한 은유이자 연구 가설”로 보는 편이 더 정직하다.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포인트

  • 150은 연락처 수가 아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 SNS 친구 수, 팔로워 수는 관계의 상한을 보여주지 않는다. 던바의 수가 말하는 것은 서로의 맥락을 기억하고 안정적인 사회적 의무를 유지하는 관계에 가깝다.

  • 관계는 저장이 아니라 갱신이다. 사람을 한 번 안다고 해서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만나고, 대화하고, 작은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감정적 신호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래서 관계의 한계는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배분의 문제이기도 하다.

  • 온라인 네트워크는 한계를 없애기보다 흐리게 만든다. 소셜미디어는 약한 연결을 유지하는 데 탁월하다. 예전 같으면 끊어졌을 관계도 계속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피드에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을 실제로 책임지거나 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연결의 착시가 생기기 쉽다.

  • 작은 조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던바의 수를 근거로 “150명 넘으면 무조건 망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큰 조직은 규칙, 역할, 문서, 의사결정 구조, 기술 시스템으로 인간의 인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자연스러운 신뢰만으로 굴러가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 친밀함에는 기회비용이 있다. 새 관계를 깊게 들이면 기존 관계에 쓰던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은 냉정한 계산처럼 들리지만, 실제 삶에서는 꽤 중요한 진실이다. 모두에게 같은 깊이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는 종종 아무에게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 숫자보다 층위가 중요하다. 던바의 수에서 가장 실용적인 부분은 150이라는 대표값보다 관계가 여러 층으로 나뉜다는 관찰이다. 가족, 절친, 친구, 동료, 지인, 느슨한 커뮤니티 구성원에게 같은 방식의 관심을 요구하면 관계가 쉽게 피로해진다.

현대적으로 읽는 법

던바의 수를 오늘의 삶에 적용한다면 첫 번째 교훈은 관계에도 예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돈의 예산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주의력의 예산도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 답장할 수 있는 메시지 수,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고민의 수, 기억할 수 있는 생일과 프로젝트와 상처의 수가 제한된 존재다. 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차가운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현실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커뮤니티 설계에 있다. 좋은 커뮤니티는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하위 그룹, 역할, 반복되는 의례, 공통 언어, 갈등 해결 규칙이 필요해진다. 20명짜리 모임에서는 분위기와 친분이 규칙을 대신할 수 있지만, 200명짜리 조직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규모가 커지면 친밀함을 유지하려 하기보다 신뢰를 분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교훈은 일터에 있다. 많은 회사가 “우리는 가족 같은 조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늘어나면 가족 같은 감각은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이것을 배신이나 문화의 실패로만 볼 필요는 없다. 30명 회사의 소통 방식이 300명 회사에서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인간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와 관계의 복잡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숙한 조직은 친밀함의 환상을 강요하기보다 명확한 책임, 투명한 문서, 좋은 회의 구조로 한계를 보완한다.

네 번째 교훈은 디지털 삶의 위생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의 소식을 너무 자주 본다. 그 결과 가까운 사람에게 써야 할 감정적 에너지가 멀고 약한 관계에 분산될 수 있다. 팔로우를 줄이거나 알림을 끄거나, 진짜 챙기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단순한 생산성 팁이 아니라 사회적 정신건강의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던바의 수는 외로움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외로움은 연결 수가 부족해서만 생기지 않는다. 내 관계망의 어느 층이 비어 있는지, 가까운 층의 관계가 실제로 상호적인지, 넓은 층의 연결이 나를 지치게 하지는 않는지가 중요하다. 팔로워가 많아도 가장 안쪽의 5명 안팎이 허전하면 외로울 수 있고, 반대로 넓은 네트워크가 작아도 가까운 층이 단단하면 삶은 꽤 안정적일 수 있다.

던바의 수를 법칙처럼 믿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좋은 사용법은 그 숫자를 의심하면서도 질문은 붙드는 것이다. 내 삶의 관계는 어떤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나는 너무 많은 약한 연결을 유지하느라 중요한 관계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속한 조직은 사람의 인지 한계를 구조로 보완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150이라는 숫자보다 오래 남는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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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문장

인간관계는 무한히 확장되는 목록이 아니라, 시간과 관심으로 계속 갱신해야 하는 살아 있는 네트워크다.